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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수업 마친 날 나를 위한 따뜻한 혼밥 한 상

by 레오마니 2025. 6. 2.

토요일 오후, 학원 수업을 마치고 나면
기분 좋은 피로감이 몸을 천천히 감쌉니다.
아이들의 질문, 수업 준비, 상담과 정리까지 끝낸 후
학원 문을 닫고 나올 때 느껴지는 그 적막함 속에서
마치 하루를 잘 해낸 성인식 같은 기분이 들죠.

그리고 집에 돌아와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조용한 공기.
아이들은 약속이 있거나 학원에 남아 있고,
남편은 외출 중이라면
“오늘 저녁은 나만의 시간이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오늘은 나를 위한 밥상을 차려보기로 했습니다.
거창하지 않지만,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는 그 한 상.
바로 고등어구이 + 된장국 + 김치
이 간단한 세 가지 반찬으로 말이죠.

토요일 수업 마친 날 나를 위한 따뜻한 혼밥 한 상
토요일 수업 마친 날 나를 위한 따뜻한 혼밥 한 상

▣ 구수하고 짭짤한 고등어구이

바삭한 껍질, 부드러운 살, 그리고 구워지는 냄새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음식.
그게 바로 고등어구이입니다.

냉동실에 있던 반 마리를 꺼내
찬물에 담가 살짝 해동시킨 후,
팬에 기름을 아주 소량만 두르고
껍질부터 구워줍니다.

중불에서 노릇노릇,
기름이 살짝 빠지며 바삭한 껍질이 익어갈 때
주방에 퍼지는 구수한 향은
그 어떤 힐링 음악보다 위로가 됩니다.

살짝 타지 않도록 불 조절하며
앞뒤로 6~8분쯤 구워내면
바삭하면서도 촉촉한 고등어구이가 완성됩니다.

식당처럼 곁들여진 무생채나 쌈장이 없더라도 괜찮아요.
하얀 밥 한 숟갈, 고등어 한 점이면 충분하니까요.


▣ 구수하고 따뜻한 된장국

밥상에 국이 없으면 왠지 허전한 마음,
그래서 된장국은 자주 끓이게 됩니다.
특히 혼밥일 땐 더더욱.
된장국은 재료가 단순해도 깊은 맛을 내기 좋거든요.

오늘의 된장국 재료는
애호박 반 개, 양파 조금, 버섯 한 줌, 다진 마늘 반 스푼.
그리고 된장 한 스푼과 멸치육수 한 국자.

냄비에 재료를 넣고
된장을 풀어가며 조리기 시작하면
부글부글 끓는 소리와 함께
주방 가득 퍼지는 구수한 향.
바로 ‘집밥’의 정체성이 아닐까요?

싱겁게 끓여도 좋고,
기호에 따라 고춧가루를 톡 뿌려 칼칼하게 만들어도 좋습니다.
된장국은 언제나 실패가 적은,
든든한 마음의 국이니까요.


▣ 익숙하고도 믿음직한 김치

혼자 먹는 밥상에서도
김치는 빠지지 않습니다.
마치 대화하지 않아도 옆에 있어주는 친구처럼요.

오늘은 엄마가 보내주신 묵은지를 꺼냈어요.
약간 새콤한 맛이 감도는 배추김치.
한입 베어 물면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고등어와 너무 잘 어울립니다.

혹시 냉장고에 남은 참기름이 있다면
묵은 김치를 프라이팬에 살짝 볶아
김치볶음으로 만들어도 좋습니다.
된장국 국물에 살짝 적셔 먹는 그 맛은
마치 어린 시절의 추억을 한 숟갈 떠먹는 기분입니다.


▣ 혼밥이라서 가능한 여유

누군가는 ‘혼자 먹는 밥’이 쓸쓸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혼밥은 나를 챙기는 시간이에요.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밥 먹는 속도도, 반찬 가짓수도, 간도
모두 내가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는 자유.

오늘처럼 고등어구이 한 조각,
된장국 한 국자,
김치 한 젓가락으로 완성되는 밥상이라면
몸도 마음도 부담 없이 채워지죠.

특히 토요일, 일주일을 마무리하며
“고생했어, 나 자신.” 이라고 말하며
먹는 밥 한 끼는
정말 큰 위로가 됩니다.

 



가끔은 요란한 외식보다
이렇게 조용한 혼밥이 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수저 소리만 들리는 식탁에서
천천히, 조용히, 하지만 맛있게 밥을 먹는 시간.
그건 어쩌면
이번 주 내가 가장 집중해서 나를 돌보는 순간일지도 몰라요.

오늘도 잘 버텨낸 나에게,
이 한 상이 꼭 필요한 선물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