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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부터 조선까지: 우리나라 국호 변천사

by 레오마니 2025. 6. 18.

‘한(韓)’이라는 이름에 담긴 정체성과 자부심


우리 민족은 수천 년에 걸쳐 이어지는 찬란한 역사 속에서
스스로를 일컫는 이름, 즉 국호(國號)를 바꾸어 왔다.
고조선에서 시작해, 부여·고구려·백제·신라를 지나 고려와 조선에 이르기까지,
국호의 변화는 단지 정치 체제나 왕조 명칭의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민족 정체성과 철학, 이상, 대외관계의 시선이 반영된 결과였다.

특히 ‘한(韓)’이라는 말은 오늘날에도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에 살아 있으며,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이 스스로를 정의해 온 핵심 언어로 기능해왔다.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의 국호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살펴보고,
‘한’이라는 말에 담긴 민족적 의미와 정체성,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의 함의를 함께 고찰해본다.

고조선부터 조선까지: 우리나라 국호 변천사
고조선부터 조선까지: 우리나라 국호 변천사

 

1. 고조선 - 한국사 국호의 출발점

한국 최초의 국가로 알려진 고조선(古朝鮮)
기원전 2333년, 단군왕검이 세운 나라로 전해진다.
고조선이라는 이름에서 '조선'은 '아침(朝)의 신성한 땅(鮮)'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며,
하늘의 뜻을 받든 왕조로서의 자긍심이 깃들어 있다.

‘조선’이라는 명칭은 당시 중국의 주나라 기록에도 등장하며,
고조선은 이미 동아시아 세계에서 정치적 실체로 인식된 국가였다.

고조선은 이후 위만조선으로 이어졌고,
기원전 108년 한(漢)나라에 의해 멸망하며 역사에서 사라진다.
그러나 이후 등장하는 여러 나라들이 자신들을 고조선의 후예라 주장하며
그 정신과 이름을 계승하려 했다.

 

 

2. 고구려·백제·신라 - 삼국의 국호와 정체성

고조선 이후 한반도와 만주 일대에는 삼국시대가 열렸다.
이 시기 국호는 각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민족적 자주성과 영토적 이상을 담고 있다.

▶ 고구려

‘고구려’는 주몽이 건국한 나라로, 국호는 그의 족속명 ‘구려’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고(高)’는 창건자 고주몽의 씨족 성(姓)으로,
‘구려’는 영웅적인 기상을 드러내는 자칭 명칭이었다.

고구려는 국호를 통해 자신들의 고귀함과 북방의 강인한 기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냈으며,
광대한 만주를 포함한 영토 확장에 있어 자부심 있는 국호를 유지했다.

▶ 백제

‘백제’는 ‘부여’에서 갈라져 나온 나라로, 국호의 의미에 대해서는
‘백 개의 제후국(諸侯國)이 연합한 나라’라는 설과
‘강을 건너온 나라’(濟는 건널 제)라는 설이 있다.
이는 백제가 다양한 세력을 흡수하며 형성된 국가라는 점을 반영한다.

▶ 신라

신라는 초기 ‘사로국(斯盧國)’이라 불렸으며,
6세기 진흥왕 때 국호를 신라로 확정한다.
‘신(新)’은 새로운 나라, ‘라(羅)’는 음차로 ‘사람이 모인 곳’이라는 의미가 있다.
즉, 신라는 새로운 질서와 통합을 지향하는 나라로 자신을 규정한 것이다.

삼국의 국호는 각기 다르지만,
자신들의 뿌리와 정치적 이상, 민족의 자긍심을 담아내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통일신라와 발해 – 이중 왕국의 시기

▶ 통일신라

7세기 후반, 신라는 당나라와 연합하여 백제와 고구려를 차례로 멸망시키고,
한반도 대부분을 지배하며 통일신라를 이루었다.
국호는 여전히 ‘신라’를 유지했으며,
이 시기부터 국내에서 자신들을 ‘한(韓)’이라 칭하는 정체성이 부각된다.

실제로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 후대 문헌에서는
삼한(三韓)의 후계자라는 인식이 강조되며,
‘한’이라는 단어가 민족 정체성을 나타내는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 발해

고구려 유민 대조영이 세운 발해는
처음에는 국호를 ‘진(震)’으로 정했다가, 이후 ‘발해(渤海)’로 바꾸었다.
이는 발해만 지역을 중심으로 한 광역 국가라는 상징성과
중국과의 외교 관계에서 실용적 목적을 반영한 국호였다.

발해는 고구려 계승을 자처하며 독자적인 문화를 발전시켰지만,
국호에 ‘한’은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민족 정체성 측면에서는 고구려와 같은 동이족의 정통성을 계승한 나라로 인식되었다.

 

 

3. 고려 - 코리아의 뿌리가 되는 국호

후삼국 시대를 통일한 태조 왕건은
국호를 ‘고려(高麗)’로 정하였다.
이는 고구려의 계승자임을 자처하는 명백한 선언이었다.
고구려의 정신, 영토, 기상을 그대로 물려받고자 한 것이다.

고려는 동아시아에서 외교적으로도 독자적인 존재감을 키워갔으며,
송나라, 거란, 몽골 등과의 교류 속에서 ‘고려인 = 코레인(Koryo)’이라는 명칭이
세계 속에 한국을 지칭하는 단어로 정착되는 계기를 만든다.

이 시기부터 외국인들이 우리 민족을 ‘고려인’, ‘코리아’라 부르기 시작했으며,
그 명칭은 훗날 현대의 Korea로까지 이어진다.

 

 

4. 조선 - 유교 이념을 담은 국가 브랜드

고려 말, 이성계는 새 왕조를 창건하며 국호를 두고 고민했다.
처음에는 ‘화령(和寧)’을 고려했지만,
당시 명나라가 제안한 ‘조선’을 받아들여 1392년 조선(朝鮮)이 탄생하게 된다.

여기서 ‘조선’은 고조선의 정통성을 계승한다는 의미와 함께,
‘밝은 아침의 나라’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는 유교적 국가 이념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덕 국가, 문치주의 국가로 나아가고자 하는 이상이 담긴 이름이었다.

조선 시대에는 ‘조선’이라는 국호와 함께,
스스로를 ‘삼한의 후예’, ‘한민족’이라 자처하는 전통이 더욱 강화되었다.
왕조는 조선이지만, 민족은 ‘한’이라는 이름 아래 통합된 정체성을 형성해갔다.

 

 

5. ‘한(韓)’이라는 이름의 민족 정체성

‘한(韓)’이라는 글자는 고대에는 삼한(三韓)을 이루는

마한(馬韓), 진한(辰韓), 변한(弁韓)에서 유래한다.
삼한은 고조선 이후 남부 지역에 형성된 정치 공동체로,
삼국의 기원이기도 하다.

이후 통일신라와 고려, 조선에 이르면서
삼한 = 한민족의 기원이라는 인식이 강화되며,
‘한’은 단지 지역 명칭이 아니라,
민족 전체를 포괄하는 상징적인 용어로 바뀌게 된다.

현재 국호인 대한민국 역시
‘대(大) + 한(韓) + 민국(民國)’의 구조를 가지며,
한민족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국명에 직접 반영하고 있다.

또한, 오늘날 한글, 한복, 한식, 한류 등에서
‘한’은 우리 문화를 대표하는 고유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한’은 수천 년에 걸쳐 이어온 우리 민족의 이름이자 혼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호는 시대에 따라 변해왔지만,
그 속에는 늘 민족 정체성과 이상이 함께 담겨 있었다.
고조선의 하늘의 땅, 고구려의 기상, 고려의 국제성, 조선의 문치주의,
그리고 ‘한’이라는 통합된 민족 개념까지
그 모든 이름은 오늘날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에 녹아 있다.

국호는 단순한 국가명칭이 아니다.
그 시대의 철학이자, 미래를 향한 선언이며,
우리 민족이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역사다.